'쥐꼬리에 대한 경배'-성선경(1960~)
삶이란 쥐보다
쥐머리보다
쥐꼬리에 매달리는 것
쥐꼬리만한 희망과
쥐꼬리만한 햇살과
쥐꼬리만한 기대에 매달리는 것
우리를 움직이는 건 신이 아니라
우리를 움직이는 건 오로지 쥐꼬리
뻥튀기보다 얇은 쥐꼬리
뻥튀기보다 밥맛인 쥐꼬리
그 쥐꼬리에 매달리는 것
쥐꼬리 고까이 꺼
쥐꼬리쯤이야 그래도
쥐보다
쥐머리보다
쥐꼬리에 매달리는 것
우리의 삶은 늘
저 가늘고 긴 쥐꼬리에 경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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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루하고 남루한 게 쥐꼬리다. '쥐꼬리 고까이 꺼' 함부로 하찮게 여겨도 큰 죄가 되지 않는게 쥐꼬리다. 하지만 꼬리가 없다면 머리도 없다. 너무 뻥튀기한 희망과 고담준론은 구체적인 일상을 소홀히 다루기 쉽상. 지나치게 거대한 진실은 실감이 잘 나지 않는 법이다. 오히려 쥐꼬리만 한 햇살이 볕을 더 간절라게 한다. 관용구 하나를 뒤집었는데 이토록 유쾌한 시가 되었다. 쥐꼬리만 한 월급봉투를 위해 수채구멍을 불안한 눈망울로 두리번거리던 쥐가 꼬리 끝으로 몰린 자존을 으쓱 들어올려볼 만하지 않은가.
<손택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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