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해 항로 6 - 탁란-장석주(1954~ )
가장 좋은 일은 아직 오지 않았을 거야.
아마 그럴 거야.
아마 그럴 거야.
감자의 실뿌리마다
젖꼭지만 한 알들이 매달려 옹알이를 할 뿐
흙에는 물 마른자리뿐이니까.
생후 두 달 새끼 고래는 어미 고래와 함께
찬 바다를 가르며 나가고 있으니까,
아마 그럴 거야.
물 뜨러 간 어머니 돌아오시지 않고
나귀 타고 나간 아버지 돌아오시지 않고
집은 텅 비어 있으니까,
아마 그럴 거야.
지금은 탁란의 계절,
알들은 뒤섞여 있고
어느 알에 뻐꾸기가 있는 줄 몰라.
구름이 동지나해 상공을 지나고
양쯔강 물들이 황해로 흘러든다.
저 복사꽃은 내일이나 모레 필 꽃보다
꽃 자태가 곱지 않다.
가장 좋은 일은 아직 오지 않았어.
좋은 것들은
늦게 오겠지, 가장 늦게 오니까
좋은 것들이겠지.
아마 그럴 거야.
아마 그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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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게 오지 않는 이유는 가장 좋은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 통일이 오지 않는 이유도 가장 좋은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늦게 오기는 올 것이다, 가장 좋은 것들은 그렇게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니까. 깊은 바다 산호 숲, 거기 숨은 새끼 고래 때문에 바다가 파도치듯이 좋은 것은 숨었다가 나중에 오려고, 오늘은 이렇게 파도만 치는 것이다. <최정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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