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마침표 - 이정록(1964~ )
그래, 잘 견디고 있다
여기 동쪽 바닷가 해송들, 너 있는 서쪽으로 등뼈 굽었다
서해 소나무들도 이쪽으로 목 휘어 있을 거라,
소름 돋아 있을 거라, 믿는다
그쪽 노을빛 우듬지와
이쪽 소나무의 햇살 꼭지를 길게 이으면 하늘이 된다
그 하늘 길로, 내 마음 뜨거운 덩어리가 타고 넘는다
송진으로 봉한 맷돌편지는 석양만이 풀어 읽으리라
아느냐?
단 한 줄의 문장, 수평선의 붉은 떨림을
혈서는 언제나 마침표부터 찍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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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울울창창한 소나무 산천, 그 소나무들을 이어놓으면 우리는 소나무 천국에서 산다. 그러니 애국가에도 소나무가 등장해야 마땅하다. 동해 가에 서 있는 소나무와 서해를 지키는 소나무가 한결같고, 떠오르는 해와 지는 해가 다르지 않으니, 그 하루가 뜨거운 나날이라는 것, 우리는 그 하루들을 쌓아 일생을 산다. 환하게 열어젖힌 수평선 같은 가슴들을 보아라. 아침저녁으로 찍히는 혈서에 소름 돋고, 함께 품은 열정으로 보듬는 이 자리가 바로 삶의 터전 아닌가. <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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