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길 ―혜초의 길 23 - 이승하(1960~ )
걸어간 사람들이 길을 만드는 법
길은
가고자 하는 마음이 만드는 법
세상의 모든 길은
내 앞의 사람들이 만들었다
혜초에 앞서 현장이 걸었고
현장에 앞서 부처가 걸었던 길
어디든 길 나서서 보라
내 앞에 걸어간 사람들의 수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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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역사는 사람이다. 지평선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가고 온 사람들의 역사가 곧 길이다. 산과 강, 산맥과 산맥, 고원과 대륙의 여기저기를 잇는 길에는 경이로운 삶들이 깃들어 있다. 그것이 인류다. 이승하 시인은 그 길은 걸어간 사람이 아니 그 길을 가고자 한 마음이 만든다고 말한다. 시인은 인도로 구법여행을 떠난 신라의 승려 혜초의 길을 뒤따르는 여정 위에 있다. 그 길은 앞서 혜초가 간 길이고, 혜초의 길은 중국의 승려 현장이, 현장의 길은 부처가 앞서 걸었던 길이다. 어느 길이든 앞서간 사람들이 있기에 그 길을 걸을 수 있고 오늘 내가 걷는 길은 후대의 사람을 위한 지도가 된다는 것이 시인의 믿음이다. 하얀 눈으로 덮인 길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일, 그것이 문학이라고 했던 소설가 이청준 선생의 말씀도 같은 뜻이리라. 그나저나 시, 소설, 평론, 연구 등 전 방위적으로 어마어마한 생산량을 보이는 이승하 시인이 걸어간 길 너무 많아 뒷사람 헤아릴 수 없을까 걱정이다.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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