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르 아브르 EBS 금요극장에서 봤다

~Wonderful World 2013. 6. 1. 23:17

 

방송일: 2013년 5월 18일 (토) 밤 11시

부제: 르 아브르

원제: Le Havre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출연: 앙드레 윌름, 카티 오우티넨, 장-피에르 다루생, 블롱댕 미구엘

제작: 2011년 / 핀란드, 프랑스, 독일

방송길이: 93분

나이등급: 15세

HD 방송

 

줄거리:

젊은 시절을 파리에서 보헤미안처럼 보낸 마르셀 막스는 작가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이제는 프랑스 북부 항구도시 르 아브르에 정착하여 구두닦이로 생계를 이어간다. 비록 경제적 여유는 없지만 아내 아를레티, 개 라이카와 함께 소박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런데 평범한 그의 일상에 뜻밖의 사건 두 가지가 발생한다. 아내가 갑자기 병에 걸려 입원함과 동시에 아프리카 난민 소년 이드리사를 우연히 알게 된 것이다. 가봉에서 컨테이너 화물선을 타고 어머니가 있는 런던으로 가던 이드리사는 물류 전산 착오로 르 아브르에 내리게 됐고, 감시 소홀을 틈타 도망치던 중 마르셀을 만난다. 이드리사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마르셀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도록 소년을 집에 숨겨주고 다시 런던으로 떠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한다. 인정 많은 이웃들까지 이에 가세하여 이드리사는 마침내 바다를 무사히 건너고 아내도 기적처럼 완치되어 퇴원한다.

 

주제:

프랑스, 영국을 위시한 유럽 사회가 겪고 있는 밀입국자들의 문제가 소재로 사용되기는 했지만 이 작품은 이들의 험난한 일상이나 이를 둘러싼 인권 투쟁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현실 고발은커녕 오히려 사람들의 선한 마음만으로 희망을 실현시키는 지극히 이상적인 세계를 감독은 그려 보인다. 그 중심에는 양치기와 구두닦이가 서민과 가장 가까이서 예수의 가르침을 제대로 구현한 직업이라고 믿는 동시에 식료품 가게에서 당당하게 외상을 요구하는, 현대판 성자와 소시민의 모습을 겸비한 주인공이 있다. 그는 어떤 회유나 설득도 하지 않지만 이웃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그의 선행에 자발적으로 동참한다. 심지어 그의 선한 계획에 유일한 걸림돌 같았던 수사관조차 어느새 그의 편이 되어 도움을 주는 모습은 한 편의 비현실적인 동화 같다. 세속적 탐욕에 대한 경계심과 연대의식의 중요성을 은근한 방식으로 환기시키며 대립과 갈등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뒤를 돌아보고 지향점을 재정비하도록 조용히 촉구하는 작품이다.

 

감상 포인트:

소외된 이들에 대한 감독의 끊임없는 관심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작품으로 2011년 칸영화제에서 국제영화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한적하다 못해 삭막해 보이는 해안 도시 르 아브르는 이를 배경으로 오가는 훈훈한 인간애와 천연덕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어느 순간에도 번잡하거나 다급해지지 않고 간결함과 느림을 유지하는 나른한 영상미와 리듬감이 인상적이다. 주연을 맡은 프랑스 배우 앙드레 윌름(André Wilms)은 독일, 핀란드 등 국경을 넘나드는 활동을 펼쳐왔지만 주로 조연에 머물렀다. 고정된 이미지나 꼬리표가 없기에 오히려 이 작품에서도 평범한 이웃 주민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주인공을 사랑과 헌신으로 보살피는 아내 아를레티 역의 카티 오우티넨(Kati Outinen)은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다른 작품에도 수차례 출연했다. 특히 2002년 작인 <과거가 없는 남자>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단역 중 단역이지만 경찰에 난민 소년의 행방을 알리는 제보자 역할은 프랑수아 트뤼포(François Truffaut) 감독의 단골 배우였던 장-피에르 레오(Jean-Pierre Léaud)가 맡았다. 극중 자선 콘서트에서 노래하는 ‘리틀 밥(Little Bob)’은 실제 르 아브르 출신 가수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40년 가까이 무대를 지켜오고 있다. 비록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해도 제자리에서 묵묵히 할 일을 다 하는 이들의 전형을 그를 통해 엿볼 수 있다.

 

감독:

사회의 주변인들을 주로 중심에 내세우고, 음울하고 냉소적인 분위기 가운데 블랙 유머를 구사하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가진 아키 카우리스마키(Aki Kaurismäki) 감독은 1957년 핀란드에서 태어났다. 영화학교 입학시험에 낙방한 후 그는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는 동시에 잡지에 영화 관련 글도 기고하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제작 현장에 참여하며 영화를 배웠다. 20대 중반부터 직접 시나리오, 배우, 감독 활동을 시작한 그는 특히 2년 터울의 친형인 미카 카우리스마키(Mika Kaurismäki)와 많은 작업을 공동으로 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각색한 <죄와 벌>(1983)로 장편영화 부문에 정식 데뷔한 그는 이후 거의 한 해에 한 편 꼴로 작품을 내놓았지만 관객층은 핀란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1989년 발표한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라는 코미디 로드무비로 나라 밖에도 이름을 알린다. 5년 뒤에는 이 작품의 속편 격인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모세를 만나다>(1994)가 제작되기도 했다. 세계적 호평을 받은 <성냥공장 소녀>(1990)는 이전에 발표된 <천국의 그림자>(1986), <아리엘>(1988)과 더불어 ‘프롤레타리아 3부작’이라 불린다. <나는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했다>(1990)에는,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작품에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까지 연달아 출연하며 감독의 분신으로 불렸지만 이후 영화계에서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던 프랑스 배우 장-피에르 레오를 주인공에 파격적으로 캐스팅하며 주목을 받았다. 2002년 발표한 <과거가 없는 남자>는 2002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이듬해 오스카영화제에서는 최우수외국어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그리고 2011년 <르 아브르>로 다시 한 번 칸에 입성하여 국제영화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

 

감독이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를 연출한 사람이란 걸 알았다면 아마 걍 잤을거다.  레닌~를 얼마나 지루하게 봤던지!  이 영화는 전혀 다른 지루하지 않은 영화였다.  중간에 대사도 몇 줄 수첩에다 옮겨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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