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 선안영(1966~ )

길의 상처를 핥는 혓바닥 같이 고인 물
다 버리고 뎅그러니 가장자리만 남은
그믐달,
웅덩이 속으로
미늘처럼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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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그믐달이 비친 길 웅덩이 사진, 혹은 그림으로 먼저 옵니다. 찬찬히 사진이나 그림을 보듯 시 안을 들여다봅니다. 길의 한 부분이 움푹 파여 있고 거기 물이 고여 있군요. 우리가 길 웅덩이라고 부르는 그것이군요. 물은 이 길의 상처를 핥아주려고 거기 머무르는 것이었군요. 거기에 달도 ‘다 버리고 가장자리만 남’아 웅덩이 속으로 들어갔네요. 미늘처럼 꽂혀서 흘러가지 않으려 하네요. 이제 길의 상처는 금방 나을 것이고 그러면 달도 조금씩 제 몸을 되찾아 그 길 따라 흘러가겠네요. 참 훈훈합니다. 제목이 ‘거울’인 까닭에 더 그렇습니다. <강현덕·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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