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 서영처(1964~ )

저렇게
외로운 높이에 걸린
등을 본 적 있소?
부재중인
한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
어떤 밤눈 어두운 사람이 늦은 밤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달렸더랍니다. 나설 때는 겁이 났지만 적당한 간격으로 환한 가로등이 켜져 있어 걱정이 없었더랍니다. 좁고 구불구불한 사잇길에도 들어섰지만 그런 길에도 가로등은 환했고 하나도 깨지거나 꺼진 것이 없었더랍니다. 똑같은 크기와 밝기로 비춰주어서 작은 돌멩이 하나도 피할 수 있었더랍니다. 그런데 그것이 가로등이 아니라 달이더랍니다. 적당한 높이에서 계속 따라다녀준 따뜻한 달이더랍니다. 오늘은 초하룻날, 달이 나오지 않는 날입니다. 그래서 이 ‘달’을 띄웁니다. 슬픈 바다에서 돌아올 사람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려고요. <강현덕·시조시인>
'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금니 - 정용국(1958~ ) (0) | 2014.05.06 |
---|---|
당나귀 귀다 - 정해송(1945~ ) (0) | 2014.05.01 |
거울 - 선안영(1966~ ) (0) | 2014.05.01 |
너무 큰 집 (0) | 2014.04.09 |
죽고 난 뒤의 팬티 (0) | 2014.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