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 황인숙(1958~ )

아, 저, 하얀, 무수한, 맨종아리들,
찰박거리는 맨발들.
찰박 찰박 찰박 맨발들.
맨발들, 맨발들, 맨발들.
쉬지 않고 찰박 걷는
티눈 하나 없는
작은 발들.
맨발로 끼어들고 싶게 하는.
계절에 따라 비를 바라보는 마음도 달라질 것이다. 이 시 속에 쏟아지는 투명한 빗줄기는 여름비를 닮았다. 지난여름, 마른장마가 계속되던 어느 날, 뜨거운 햇볕을 식히며 쏟아지던 비. 기다리고 기다렸던 하얀 맨종아리들, 찰박거리는 맨발들, 티눈 하나 없는 작은 발들이 경쾌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은 웃고 떠들고 소리치며 빗물을 찰박대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황병승·시인>
비.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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