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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의 손 - 마종기(1939~ )

~Wonderful World 2014. 7. 21. 03:38

내 동생의 손 - 마종기(1939~ )

 

생시에도 부드럽게 정이 가던 손,

늙지 않은 나이에 자유롭게 되어

죽은 후에는 내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다.

속상하게 마음 아픈 날에는 주머니 뒤져

아직 따뜻한 동생의 손을 잡으면

아프던 내 뼈들이 편안해진다.

내 보약이 되어버린 동생의 약손,

주머니에서 나와 때로는 공중에 뜨는

눈에 익은 손, 돈에 익지 않은 손.

내 동생의 손이 젖어 우는 날에는

내가 두 손으로 잡고 달래주어야

생시처럼 울음을 그치는 눈물 많은 손.

내 동생이 땅과 하늘에 묻은 손,

땅과 하늘이 슬픔의 원천인가,

슬픔도 지나 멀리 떠나는

안타깝게 손 흔들어대는

내 동생의 저 떨리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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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후에는 내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다.” 이 구절을 얼핏 스쳐 읽었을 때, 이 무슨 엽기인가 싶었다! 그러나 시를 읽어감에 따라 ‘없는’ 동생의 손의 허허로움을 지나서 ‘형의 손’이 느껴졌다. 동생의 손을 기억하고, 그 손을 느끼고, 그 느낌으로 위안 삼고, 다스리며 가는 형을 느꼈다. 호주머니 속에서 아우의 손을 느끼며 살아가는 형의 손, 이것은 무엇인가. 가끔 나는 옛 분들이 내 속에 살고 계신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내 할머니의 말씨, 그분의 삶이 내 삶과 문학적 행위에 일정하게 방향을 지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내 아이에게 보이는 나의 삶, 이것이 그 아이에게 전해지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것이 윤회가 아닌가? 한 생을 살다 간다는 것, 내가 매일같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 마음과 말과 행위를 건네주고 건네받는 것이라면 이 삶의 순간순간이 참으로 막중하지 않은가?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