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부제: 시실리안

~Wonderful World 2015. 1. 2. 21:26


부제: 시실리안

원제: Le Clan des Siciliens

감독: 앙리 베르뇌유

출연: 장 가뱅, 리노 벤추라, 알랭 들롱

제작: 1969년 / 프랑스

방송길이: 120분

나이등급: 15세


줄거리:

전문 보석 절도범인 로제 사르테는 강도 행각을 벌이던 중 경찰관을 살해한 혐의로 파리 경찰에 체포된다. 그러나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신 마피아인 마날레즈 일가의 도움으로 구치소행 호송차에서 탈출한다. 르고프 형사의 집요한 추적을 받는 와중에도 그는 마날레즈 가족에게 로마의 한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는 5천만 달러 상당의 보석 컬렉션을 훔치자는 제안을 한다. 두 아들과 딸, 며느리와 사위를 거느린 마날레즈 일가의 우두머리인 비토리오는 사르테를 어딘지 못미더워하면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다. 그는 자신의 옛 동지로 지금은 미국에서 살고 있는 토니를 유럽으로 오게 하여 로마의 보석 전시장을 함께 답사한다. 그러나 토니는 현장의 최첨단 보안시스템 때문에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신 다음 전시장소인 뉴욕으로 보석을 이송하는 비행기를 공중에서 납치하는 작전을 세워준다. 사르테는 보석 보험회사 직원으로 가장하여 로마에서 보석 수송 항공기에 탑승하고, 토니가 미국에서 파견한 항공기 조종사 잭과 마날레즈 일가는 경유지인 파리에서 합류한다. 이들은 조종사들을 위협해 뉴욕의 어느 고속도로에 기체를 착륙시켜 대기 중이던 조직원들과 함께 보석을 빼내는 데 성공하고, 경찰의 추적을 피해 각기 다른 곳으로 피신한다. 그러나 비토리오는 일곱 살 난 손자의 입을 통해 사르테가 자신의 며느리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를 제거하기로 한다.


주제:

오귀스트 르브르통의 소설을 조세 지오반니가 각색한 <시실리안>은 파리, 로마, 뉴욕을 무대로 삼은 국제적인 범죄조직의 활동을 서스펜스와 반전 속에 담아낸 프랑스 범죄영화의 걸작이다. 프랑스에서 형사물이 유독 많이 제작된 시기에 나온 이 작품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스케일로 주목을 받았고 4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자신들의 이익과 명예 앞에서 가차 없는 모습을 보이는 냉혹한 갱들의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발한 방식의 탈주와 강도 행각이 짜릿한 스릴과 흥미를 선사한다. 영리하고 실행력을 갖추었지만 사소한 유혹을 넘기지 못한 사르테, 마피아 일가의 수장으로 평온한 노년을 꿈꾸었지만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는 이방인을 봐주지 못한 비토리오. 성공을 눈앞에 둔 범죄행각은 결국 모든 이들에게 파멸을 안겨준다. 여자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인상을 주는 지극히 남성적인 영화이다.


감상 포인트:

미국 20세기 폭스사가 배급을 맡은 <시실리안>은 당시 다른 프랑스 범죄물에서 찾아보기 힘든 ‘할리우드식’ 대형 작품으로 1969년, 프랑스에서 개봉하어 흥행에 성공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에 소개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베르뇌유 감독의 <지하실의 멜로디>(1963)에 함께 출연한 장 가뱅과 알랭 들롱이 다시 호흡을 맞추었고 여기에 프랑스 영화계의 또 다른 거물인 리노 벤추라까지 가세해 캐스팅만으로도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안개 낀 부두>(1938, 마르셀 카르네), <현금에 손대지 마라>(1954, 자크 베케르) 등의 대표작이 있는 장 가뱅은 은퇴를 앞두고 노년을 보낼 땅을 구입할 자금을 마련할 명목으로 마지막 범죄행각을 벌이는 마피아 일가의 수장 역을 맡았고,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1959)로 세계적 스타로 부상한 알랭 들롱이 영리하지만 일순간의 실수로 파국을 맞는 전문 강도로 분했으며, 그를 뒤쫓는 신경이 예민한 형사 역은 <사형대의 엘리베이터>(1958, 루이 말), <그림자 군단>(1969, 장 피에르 멜빌) 등으로 이름을 떨친 리노 벤추라가 맡았다. 한편 미국에서 항공기 납치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조종사 역을 맡은 시드니 채플린은 다름 아닌 찰리 채플린의 아들이다. 음악은 베르뇌유 감독의 전작 <황야의 산 세바스찬>(1968)에도 참여했던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담당했다. 중독성 있게 반복되는 현악 선율은 영화에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주면서 처연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에 기여했고,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이밖에도 그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1964), <석양의 무법자>(1966),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1984), 그리고 <미션>(1986, 롤랑 조페), <시네마 천국>(1988, 주세페 토르나토레) 등의 음악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두고 있으며 200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감독: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인 앙리 베르뇌유(Henri Verneuil)는 1920년, 터키에서 태어난 아르메니아인으로 4살 무렵, 터키 정부의 민족 탄압을 피해 프랑스 남부의 마르세유로 이주했다.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고 잡지사 기자로도 근무했으나 1947년, 당시 최고의 희극배우였던 페르낭델을 주연으로 단편영화를 찍으면서 영화계에 입문한다. 1951년 첫 장편영화 <죽은 자들의 테이블(La Table aux crevés)>을 발표한 이래 다수의 형사물과 코미디를 선보였다. 특히 <지하실의 멜로디(Mélodie en sous-sol)>(1963), <25시(La Vingt-cinquième heure)>(1967) 등의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누렸다. 노년에는 감성적인 작품들을 주로 선보였는데 1985년에 출간한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오마 샤리프,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주연의 <나의 어머니(Mayrig)>(1991)와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588, rue Paradis)>(1992)로 호평을 받았다. 이후 작품 활동을 중단한 그는 1996년 세자르 영화제에서 공로상을 받았고 2002년,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0) 2015.04.17
화니걸  (0) 2015.02.27
유브 갓 메일을 EBS에서...   (0) 2014.12.28
2014년 1000만 영화 4편의 공통점은?  (0) 2014.12.27
다 같은 사각형이 아닙니다  (0) 2014.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