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Wonderful World 2015. 4. 17. 22:56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원제: Ascenseur pour l'échafaud

감독: 루이 말

출연: 잔 모로, 모리스 로네, 조르주 푸줄리, 요리 베르탱

제작: 1958년 / 프랑스

방송길이: 88분

나이등급: 15세


줄거리:

인도차이나 전쟁에 공수부대 장교로 참전한 쥘리앙 타베르니에는 파리로 돌아와 거물 사업가 시몽 카를라의 무기중개회사에서 동업자이자 직원으로 근무한다. 그는 카를라의 부인 플로랑스와는 불륜 관계에 있다. 둘은 사랑을 이루기 위해 범죄를 공모한다. 어느 토요일 퇴근 직전 쥘리앙은 시몽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자살로 위장한다. 그런데 플로랑스가 기다리는 카페로 가기 위해 차에 시동을 건 찰나 그는 범행에 사용한 밧줄을 테라스에 걸어두고 나온 것을 알아챈다. 이를 수거하기 위해 회사 건물로 들어간 쥘리앙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직후 경비원이 건물의 전원을 차단하는 바람에 그 안에 꼼짝없이 갇히고 만다. 그러는 동안 동네 건달 루이는 쥘리앙이 주차해둔 자동차에 여자 친구인 꽃가게 종업원 베로니크를 태우고 달아난다.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민 베로니크의 모습을 본 플로랑스는 쥘리앙이 자신을 버리고 떠나갔다고 오해한다. 고속도로변 한 모텔에 도착한 루이와 베로니크는 쥘리앙 타베르니에의 이름으로 투숙을 한다. 그리고는 독일인 여행객 부부와 샴페인을 마시고 쥘리앙의 차 안에 있던 카메라로 사진도 찍으며 저녁시간을 함께 보낸다. 이튿날 아침 독일인들의 차량을 훔치려다 발각된 루이는 부부를 살해하고 베로니크와 함께 도망친다. 파리에 있는 베로니크의 집으로 돌아온 이들은 사형을 당할 것이 두려워 음독자살을 기도한다. 모텔 투숙객 명부를 토대로 쥘리앙을 범인으로 단정한 경찰은 회사를 수색하던 중 시몽 카를라의 시신을 발견하지만 단순 자살로 간주한다. 가까스로 엘리베이터에서 탈출한 쥘리앙은 독일인 부부 살인범으로 누명을 쓰고 경찰에 체포된다. 전후 사정 설명도 없이 엘리베이터에서 밤을 보냈다는 그의 알리바이를 수사관들은 믿지 않는다. 한편 플로랑스는 쥘리앙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면서도 그를 구해주겠노라 다짐한다. 베로니크의 집 주소를 알아내 찾아간 플로랑스는 자살 기도에 실패한 베로니크와 루이를 발견하고 이들을 살인범으로 확신한다. 루이는 경찰이 자기가 아닌 쥘리앙을 범인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하지만 그는 독일인 부부와 함께 찍은 사진이 담긴 카메라를 모텔에 두고 나왔음을 이내 깨닫고 이를 회수하러 떠나고 플로랑스도 그 뒤를 따라간다. 모텔에서는 이미 사진들이 인화되고 있었고 플로랑스와 쥘리앙이 연인임을 보여주는 다정한 모습의 사진이 여러 장 발견된다.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형사는 독일인 부부와 시몽 카를라의 살인범으로 루이와 플로랑스를 체포한다.


주제:

루이 말 감독이 25세에 선보인 첫 장편영화로 노엘 칼레프의 동명 서스펜스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것이다. 루이 말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 금지된 사랑을 다룬 이 영화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두 연인이 범죄를 저지르고 파국에 이르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초반부터 범죄의 동기와 범인이 밝혀져 있고 여기에 우연과 오해 가운데 또 다른 범죄가 맞물리는 구조이다. 범죄소설 원작의 서스펜스를 잘 살리면서도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차원을 증폭시켜 흥미진진하면서도 절절하게 아름다운 걸작을 탄생시켰다. 불륜 관계의 두 연인이 주인공이지만 멜로적 요소 대신 둘 사이의 장벽, 관계의 불가능성이 강조되어 있다. 둘은 영화 후반부 사진 속 모습을 제외하고는 단 한 장면도 함께 등장하지 않고 기껏 대화를 나누는 것도 차가운 수화기를 통해서이다. 한편 이들의 한없이 진지하고 계획적인 태도는 무신경하고 즉흥적인 젊은 커플과의 대조를 통해 한층 두드러진다. 그러나 전자와 후자 모두 끝내는 저지른 범죄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는 비극적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감상 포인트: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는 영화평론가들이 수여하는 루이델뤽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 영화는 프랑스 누벨바그 운동의 전조를 알리는 작품으로 참신한 시도들이 곳곳에 엿보인다. 퍼즐처럼 정교하게 들어맞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더불어 음악과 영상이 작품의 완성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모던 재즈의 거장 마일즈 데이비스의 뇌쇄적인 트럼펫 선율은 긴 여운을 남긴다. 영화음악의 작업 방식도 독특했는데, 마일즈 데이비스는 루이 말 감독이 선정한 영화의 주요 장면을 보면서 기본 테마들을 구상했고 이를 토대로 다른 재즈 뮤지션들과 행한 즉흥 연주를 녹음하여 작품에 삽입했다. 촬영감독 앙리 드카에가 구현한 영상미 또한 뛰어나다. 특히 플로랑스가 파리의 밤거리를 오랫동안 배회하는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별다른 조명 없이 거리의 불빛만을 이용하여, 플로랑스의 동선을 가까이 따라가면서 촬영한 이 장면은 연인에게 버림받았다고 믿는 여자의 불안과 절망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 영화는 연극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던 잔 모로를 스타급 영화배우로 등극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이후 루이 말 감독의 <연인들>, <도깨비불>에서도 주연을 맡은 잔 모로는 프랑수아 트뤼포 등 누벨바그 감독들의 작품에 다수 출연하며 누벨바그의 여신이라는 칭송을 받기도 했다. 쥘리앙 역의 모리스 로네 역시 이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고 몇 년 후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에서 알랭 들롱의 질투를 유발하는 부잣집 아들 역을 맡으며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셰리에 형사 역은 프랑스 범죄영화의 단골 배우인 리노 벤추라가 맡았다.


감독:

1932년 프랑스 북부 튀므리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루이 말(Louis Malle) 감독은 파리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던 중 영화에 대한 열정을 쫓아 프랑스 국립영화학교 IDHEC(현 FEMIS)에 들어간다. 재학 중 해양탐험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자크 이브 쿠스토를 만나 조감독으로 일하며 연출 실무를 배운다. 1955년 쿠스토와 함께 연출한 해양다큐멘터리 <침묵의 세계>로 칸 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1957년 스물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첫 장편영화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를 발표하여 루이델뤽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감독으로 떠오른다. 이후 사회의 관습과 윤리를 깨는 주제들을 예리한 시선으로 다루며 30여 편의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다. 1958년 발표한 <연인들>은 유부녀와 낯선 청년의 불륜을 다루면서 종교계의 비난을 받았고, 레몽 크노의 소설을 영화화한 <지하철의 소녀>(1960)는 자유롭고 실험적인 연출로 주목을 받았다. 1974년에는 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젊은이가 나치 부역자로 변모하는 모습을 그린 <라콩브 뤼시앙>을 발표하여 논란을 일자 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미국에서도 1978년 브룩 쉴즈를 주연으로 10대 매춘을 소재로 삼은 <프리티 베이비>를 발표하는 등 이목을 끌기도 했지만 예전과 같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프랑스로 돌아온 그는 어린 소년이 경험한 전쟁의 비극을 그린 <굿바이 칠드런>(1987)을 발표, 각종 상을 휩쓸면서 화려하게 복귀한다. 중년 남성과 아들의 여자친구의 사랑을 다룬 <데미지>(1992)는 우리나라에서 한동안 수입금지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루이 말은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으로 추앙 받기도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를 주장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기존 영화 관습에 반기를 들고 누벨바그를 주창한 프랑수아 트뤼포, 장뤽 고다르 등과는 구별되는 독자적 세계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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