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희망이 보이지 않던 가혹한 시절,
비로소 나는 찬란한 ‘봄’을 맞았다!
1960년대 말,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남편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남편의 전사 소식을 전하러 온 남자가 집에 눌러앉아 폭군처럼 군림하고, 혼자 힘으로 아이 둘을 먹여 살리느라 슬퍼할 겨를도 잊고 산 어느 날, 단아하고 고운 여인(김서형)이 찾아와 내게 누드모델이 되어달라는 제안을 했다.
최고의 조각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남편은 병을 얻으면서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고향으로 낙향한 후로는 작업도 접고 삶의 의지마저 꺾이고 말았다. 그이(박용우)에게 아무것도 해줄 게 없어 안타까움만 쌓여가던 어느 날,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우리, 또 다시 찬란한 날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이 끝났는데도 아내는 나를 위해 모델을 찾았다고 한다.
기대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아내에게 떠밀려 오랜만에 작업실을 찾았다. 아내가 찾은 모델(이유영)은 내가 그토록 원하던 이상적인 비율을 가졌다. 하지만 이미 굳어버린 이 손으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과연 나는 다시 조각을 할 수 있을까?
전라노출 '봄' 한없이 아름답고, 더없이 순수하다
'봄'은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한국 최고의 조각가 준구(박용우), 그에게 끝까지 삶의 의지를 찾아주려던 아내 정숙(김서형), 가난과 폭력 아래 희망을 놓았다가 누드모델 제의를 받는 민경(이유영), 세 사람에게 찾아온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관한 이야기다.
준구는 한때 최고의 조각가였지만 죽음을 앞두게 되자 예술과 삶에 대한 의지를 놓아버린다. 그런 그를 곁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는 아내 정숙은 우연히 만난 민경을 남편의 누드모델로 제안하며 준구가 생의 의지를 되찾길 바란다. 준구는 정숙의 바람대로 민경과 조각 작업을 하며 삶, 예술에 대한 스위치를 켠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하루를 버텨내던 민경 역시 준구의 누드모델이 되며 얼굴에 핏기가 돌기 시작한다. 그런 두 사람을 믿고 지켜봐주는 정숙의 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영화는 생애 가장 고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세 사람이 서로에게 인생의 '봄'이 돼주는 과정을 담백하게, 그러나 깊이 있게 그린다. 인물들의 팔딱거리는 생의 의지가 스크린을 뚫고 객석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누드모델과 조각가, 그의 아내라는 막장 드라마로 치닫기 딱 좋은 소재지만 영화는 결코 한눈팔지 않는다. 이유영의 전라노출 장면이 지속적으로 등장하지만 외설적이긴커녕 한없이 아름답고 더없이 순수하다. 영화는 치정극, 섹스, 하나못해 그 흔한 삼각관계 없이 오로지 예술과 인생에 대한 탁월한 성찰로 드라마를 이끌어간다.
한동안 지독한 악녀 이미지로 소비됐던 김서형 역시 배우 인생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남편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헌신적인 외유내강형 아내로 분한 그는 어깨에 힘 툭 뺀 연기로 자연스럽게 작품 안에 녹아들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김서형의 편안한 연기에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비워내고 또 비워낸 그의 연기는 마드리드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인정받기도 했다.
박용우 역시 몸짓, 손짓, 말투 하나까지 고독하고 예민한 예술가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조각가 준구가 민경을 만나게 되면서 희망과 감동,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연기로 승화시켰다. 특히, 민경과의 우정을 관객에게 설득시키는 쉽지 않은 작업을 특유의 묵직한 연기로 보기 좋게 해냈다.
'봄'은 산타바바라, 아리조나, 밀라노, 마드리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작품상 4개, 촬영상 2개 등 총 8관왕을 석권했다. '26년'(12)의 조근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청소년관람불가, 102분.
김수정 기자
출처 : Book&Screensaver
글쓴이 : bangpol 원글보기
메모 :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암살을 며칠 전에 아주 재미있게 봤다 (0) | 2015.08.08 |
---|---|
영화 베테랑을 보다 중간에 나왔다. 재미없어서... (0) | 2015.08.08 |
성난 황소 (0) | 2015.04.26 |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0) | 2015.04.17 |
화니걸 (0) | 2015.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