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산그늘-이상국(1946~ )

~Wonderful World 2015. 8. 15. 11:18

산그늘 - 이상국(1946~ )

 

장에 돌아온 어머니가 나에게 젖을 물리고 산그늘을 바라본다

가도 가도 그곳인데 나는 냇물처럼 멀리 왔다

해 지고 어두우면 큰 소리로 부르던 나의 노래들

나는 늘 다른 세상으로 가고자 했으나


닿을 수 없는 내 안의 어느 곳에서 기러기처럼 살았다

살다가 외로우면 산그늘을 바라보았다


강원도 내설악에는 어머니가 젖을 물린 채 무심히 보는 산그늘들이 자랄 것이다. 그 젖을 물고자란 아이는 어느덧 어른이다. 키운 것은 어머니의 젖만이 아니다. 산그늘도 그의 성장에 알게 모르게 힘을 보탰으리라. “늘 다른 세상으로 가고자” 하는 동경은 가슴에 별을 품는 기획이다. 고향이란 가난, 병, 개밥바라기별, 비참, 어머니 등등 내력(來歷)이 고색창연한 그 무엇이다. 누군들 그 낡은 것에서 자유롭고 싶지 않았으랴! 출향은 곧 고통스런 실향이다. 그래서 고향을 뜨지 못한 채 기러기처럼 산 사람도 있을 테다. 설악 언저리 고장을 뜨지 못한 채 붙박이로 살며 산그늘이나 바라보는 것이다. <장석주·시인>

산그늘 - 이상국(1946~ ).hwp


 

 

산그늘 - 이상국(1946~ ).hwp
0.03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