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법 - 송하선(1938~ )

머리에 흰 눈[雪]을 쓰고 서 있는
은빛 갈대들에게 배웠네.
이 세상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며
흔들리며
늙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은빛 갈대들”은 백발이 성성한 노년을 은유한다. 인생이 시간이란 유한자본을 판돈 삼아 벌이는 노름이라면, 몸과 정신이 쇠락하고 생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여러모로 힘든 노년은 판돈이 간당간당한 노름꾼의 처지와 같다. 하지만 그것은 노년의 일면이다. 달리 보면, 노년은 만년의 지혜로 가득 찬 때고, 쇠약과 고통에서 벗어나 생의 저편으로 떠나는 아름다운 이행의 시기다. 생이란 반복 없는 일회성으로 이루어진 탓에 노년은 처음 맞는 새로운 여행이다. 치아가 빠지고 등뼈가 굽었다고 탄식하지 마라! 탄식과 후회는 뒤로 밀쳐두고, 미지의 기쁨을 품은 이 새로운 여행을 즐길 준비를 하라! <장석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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