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꽃 - 문정희(1947~)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 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꽃은 한 번 필 때 모든 것을 다 써버림으로써 “순간”의 생애를 산다. 그것은 순간에 완벽을 이룬다. 순식간에 만개하고 멈춰버리는 삶은 늙을 틈이 없다. 그러니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이 “황홀한 규칙”은 시간을 초월해 있다. 시간의 계산이 개입할 수 없는 이 생애. 그것은 너무나 짧고도 완벽하기 때문에 “분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직 “향기”뿐.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늙은 꽃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 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꽃은 한 번 필 때 모든 것을 다 써버림으로써 “순간”의 생애를 산다. 그것은 순간에 완벽을 이룬다. 순식간에 만개하고 멈춰버리는 삶은 늙을 틈이 없다. 그러니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이 “황홀한 규칙”은 시간을 초월해 있다. 시간의 계산이 개입할 수 없는 이 생애. 그것은 너무나 짧고도 완벽하기 때문에 “분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직 “향기”뿐.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늙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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