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김영태(1936~2007)
오리가 가고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달도 어정쩡한데
남빛 치마를 두른 오리가
물살 따라 가고 있다
오리는
주둥이가 빨갛게 벗겨진
우리 새끼들 같다
우리 새끼들은
하늘 개인 날에
오종종 물에 뜨는 게
춥다
저만치 비껴 서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달도 사위어가는데
의미로 채운 시도 좋지만 그냥 풍경을 보여 주는 시도 좋다. 이 시는 한 편의 예쁜 서양화 같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오래 붉은 꽃이 없다는데, 이 아름답고 덧없는 ‘순간’에 오리들과 어린 자식들이 겹쳐져 있다. 꽃과 달, 오리와 아이들이 그려내는 이 풍경은 일시적이어서 더 소중하고, 짧아서 더 간절하다. 그들도 또 우리도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오리
-김영태(1936~2007)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달도 어정쩡한데
남빛 치마를 두른 오리가
물살 따라 가고 있다
오리는
주둥이가 빨갛게 벗겨진
우리 새끼들 같다
우리 새끼들은
하늘 개인 날에
오종종 물에 뜨는 게
춥다
저만치 비껴 서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달도 사위어가는데
의미로 채운 시도 좋지만 그냥 풍경을 보여 주는 시도 좋다. 이 시는 한 편의 예쁜 서양화 같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오래 붉은 꽃이 없다는데, 이 아름답고 덧없는 ‘순간’에 오리들과 어린 자식들이 겹쳐져 있다. 꽃과 달, 오리와 아이들이 그려내는 이 풍경은 일시적이어서 더 소중하고, 짧아서 더 간절하다. 그들도 또 우리도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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