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손
-유홍준(1962~)
오동나무 밑을 지나가는데 아이 하나가 다가온다
동그랗게 말아 쥔 아이의 손아귀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얘야 그 손
풀어
매미 놓아주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 평생 우는 손으로 살아야 한단다
매미는 울음소리로 자신의 일생을 문지른다. 일생이라고 해봐야 열흘 남짓이다. 우는 것으로 구애를 하는 놈은 수컷이다. 울음으로 암컷을 유혹하는 것이다. 아이의 손아귀에서 우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유혹이 아니라 조난신호다. 아이에게 매미는 신기한 놀이지만 매미에게 아이는 저승사자다. 시인은 매미를 놓아달라고 점잖게 요청한다. 5행의 ‘풀어’는 단 두 글자인데 매미라는 미물을 속박에서 해방시키는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한다. 그 어떤 구호보다 강력한 울림을 만드는 두 글자다. 우리는 지금, 혹시 우는 손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우는 손
-유홍준(1962~)

동그랗게 말아 쥔 아이의 손아귀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얘야 그 손
풀어
매미 놓아주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 평생 우는 손으로 살아야 한단다
매미는 울음소리로 자신의 일생을 문지른다. 일생이라고 해봐야 열흘 남짓이다. 우는 것으로 구애를 하는 놈은 수컷이다. 울음으로 암컷을 유혹하는 것이다. 아이의 손아귀에서 우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유혹이 아니라 조난신호다. 아이에게 매미는 신기한 놀이지만 매미에게 아이는 저승사자다. 시인은 매미를 놓아달라고 점잖게 요청한다. 5행의 ‘풀어’는 단 두 글자인데 매미라는 미물을 속박에서 해방시키는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한다. 그 어떤 구호보다 강력한 울림을 만드는 두 글자다. 우리는 지금, 혹시 우는 손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우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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