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의 내간체를 얻다
- 송재학(1955~)
너가 인편으로 붓던 보자(褓子)에는 늪의 새녘만 챙긴 것이 아니다 새털 매듭을 풀자 믈 우에 누웠던 항라(亢羅) 하늘도 한 웅큼. 되새 떼들이 방금 밝고 간 발자곡도 구석에 꼭두서니로 염색되어 잇다 수면의 믈거울을 걷어낸 보자 솝은 흰 낟달이 아니라도 문자향이라더라 바람을 떠나자 수생의 초록이 눈엽처럼 하늘거렸네 보자와 매듭은 초록동색이라지만 초록은 순순히 결을 허락해 머구리밥 사이 너 과두채 내간(內簡)을 챙겼지 도근도근 매듭도 안감도 대되 운문보라 몇 점 구름에 마음 적었구나 한 소솜에 유금(游禽)이 적신 믈울들 내 손등에 미끄러지길래 부르르 소름 돋았다 그만한 고요의 눈ㅅㄷㅣ를 보니 너 담담한 줄 짐작하겠다 빈 보자는 다시 보낸다 아아 겨울 늪을 보자로 싸서 인편으로 받기엔 너무 차겠지 향념(向念)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항라(亢羅)
명주, 모시, 무명실 따위로 짠 피륙의 하나. 씨를세 올이나 다섯 올씩 걸러서 구멍이 송송 뚫어지게 짠 것으로 여름 옷감으로 적당하다.
되새
<동물>
되샛과의 겨울 철새. 몸의 길이는 14cm 정도이며 등은 검은색, 허리는 흰색, 배와 어깨는 누런 적갈색이다. 가을과 겨울에 떼를 지어 날아오고 다음 해에 동반구 북부 삼림 지대에서 번식한다. [비슷한 말] 화계3. (Fringilla montifringilla)(花鷄)
솝
명사
<옛말>
‘속1’의 옛말
눈엽
명사<식물> [같은 말] 어린잎(새로 나온 연한 잎).
머구리밥
명사[옛말] ‘개구리밥(개구리밥과의 여러해살이 수초(水草))’의 옛말.
내간(內簡)
명사
부녀자가 쓰는 편지. [비슷한 말] 내서1(內書)ㆍ내찰(內札)ㆍ안편지.
소솜
순우리말
소나기가 한 번 지나가는 동안. 곧, 매우 짧은 시간.
유금(游禽)
<동물>
[같은 말] 유금류(물 위를 헤엄쳐 다니는 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
향념(向念)
[같은 말] 향의1(向意)(마음을 기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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