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옹이 위에 발 하나를 잃어버린 나비 한 마리로 앉아
-김선우(1970~ )
봄꽃 그늘 아래 가늘게 눈 뜨고 있으면
내가 하찮게 느껴져서 좋아
먼지처럼 가볍고
물방울처럼 애틋해
비로소 몸이 영혼 같아
내 목소리가 엷어져가
이렇게 가벼운 필체를 남기고
문득 사라지는 것이니
참 좋은 날이야
내가 하찮게 느껴져서
참 근사한 날이야
인간이 하찮게 느껴져서
자신이 하찮다는 사실에 마음이 어두워지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밝고 가벼워지는 사람이 있다. 어느 한쪽을 편들기는 물론 쉽지 않다. 그러나 자신에게 집착하지 않을 때 우리 영혼은 가벼워지고, 영혼의 가벼움을 알 때 이 삶은 애틋해지는 것 같다. 스스로를 하찮다고 여기는 마음이 무언가를, ‘가벼운 필체’ 같은 걸 지상에 남기고 간다. 자신이 먼지임을 아는 먼지는 근사하다. 인간은 결코 하찮지 않다.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김선우(1970~ )
봄꽃 그늘 아래 가늘게 눈 뜨고 있으면
내가 하찮게 느껴져서 좋아
먼지처럼 가볍고
물방울처럼 애틋해
비로소 몸이 영혼 같아
내 목소리가 엷어져가
이렇게 가벼운 필체를 남기고
문득 사라지는 것이니
참 좋은 날이야
내가 하찮게 느껴져서
참 근사한 날이야
인간이 하찮게 느껴져서
자신이 하찮다는 사실에 마음이 어두워지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밝고 가벼워지는 사람이 있다. 어느 한쪽을 편들기는 물론 쉽지 않다. 그러나 자신에게 집착하지 않을 때 우리 영혼은 가벼워지고, 영혼의 가벼움을 알 때 이 삶은 애틋해지는 것 같다. 스스로를 하찮다고 여기는 마음이 무언가를, ‘가벼운 필체’ 같은 걸 지상에 남기고 간다. 자신이 먼지임을 아는 먼지는 근사하다. 인간은 결코 하찮지 않다.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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