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레이먼드 카버(1938~1988)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대로 종일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싶다는 심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잠시 그 마음과 싸웠다.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항복했다 비 내리는 아침에
나를 온전히 맡기기로.
이 삶을 다시 또 살게 될까?
용서 못할 똑같은 실수들을 저지를까?
그렇다, 가능성은 반반이다, 그렇다.
책을 읽고 싶은 충동과 싸우던 사람은 내리는 비를 보며, 그 충동에 지기로 한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읽을까? 분명치 않다. 삶은 치명적인 실수들이 매설된 지뢰밭 같다. 남은 생에도 같은 실수를 저지를까? 글쓰기와 생계노동 사이에서 외줄을 타듯, 가능성은 정말 반반일 듯하다. 그러나 오늘을 또 살아내야 한다. 우리는 기진맥진인데, 삶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온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레이먼드 카버(1938~1988)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대로 종일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싶다는 심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잠시 그 마음과 싸웠다.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항복했다 비 내리는 아침에
나를 온전히 맡기기로.
이 삶을 다시 또 살게 될까?
용서 못할 똑같은 실수들을 저지를까?
그렇다, 가능성은 반반이다, 그렇다.
책을 읽고 싶은 충동과 싸우던 사람은 내리는 비를 보며, 그 충동에 지기로 한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읽을까? 분명치 않다. 삶은 치명적인 실수들이 매설된 지뢰밭 같다. 남은 생에도 같은 실수를 저지를까? 글쓰기와 생계노동 사이에서 외줄을 타듯, 가능성은 정말 반반일 듯하다. 그러나 오늘을 또 살아내야 한다. 우리는 기진맥진인데, 삶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온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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