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인의 고백-이해인
하루 종일
창밖을 내다보는 일이
나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누가 오지 않아도
창이 있어 고맙고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벗이 됩니다
내 지나온 날들을
빨래처럼 꼭 짜서
햇살에 널어두고 봅니다
바람 속에 펄럭이는
희노애락이
어느새 노을빛으오
물들어 있네요
이왕이면
외로움도 눈부시도록
가끔은
음악을 듣습니다
이 세상 떠나기 전
내가 용서할 일도
용서받을 일도 참 많지만
너무 조바심하거나
걱정하진 않기로 합니다
죽음의 침묵은
용서하고
용서받는 거라고
믿고 싶어요
고요하게 고요하게
하나의 노래처럼
한 잎의 풀잎처럼
사라질 수 있다면
난 잊혀져도
행복할 거예요
'좋아하는 시들, 시인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벽 - 정호승 (0) | 2018.10.25 |
---|---|
이사-이해인(1945~) (0) | 2018.10.25 |
[스크랩]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강 - 이성복(1952∼) [동아/ 2018-07-28] (0) | 2018.07.30 |
[스크랩] [시로 가꾸는 정원] 돌아보는 사이, 돌아눕는 사이 ― 고영민 (1968~ ) [조선/ 2018.07.23] (0) | 2018.07.23 |
말하지 않은 슬픔이 - 정현종(1939~) (0) | 2018.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