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
-천상병(1930~1993)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우리는 이 분이 잔인한 국가 폭력의 희생자였음을 안다. 그래서 그 취생몽사의 삶에서 어떤 훼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훼손이 바탕의 천진까지 지우진 못했다. 그는 하늘에서 왔다가 돌아가는 삶을, 믿었다기보다는 처음부터 알았던 것 같다. 새벽이슬에서 저녁놀까지, 그는 그의 생이 소풍임도 처음부터 알았던 것 같다. 고행하던 그가 아름답다고 느낀 순간마다 세상은 문득 아름다워졌을 것이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귀천
-천상병(1930~1993)

시아침 11/06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우리는 이 분이 잔인한 국가 폭력의 희생자였음을 안다. 그래서 그 취생몽사의 삶에서 어떤 훼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훼손이 바탕의 천진까지 지우진 못했다. 그는 하늘에서 왔다가 돌아가는 삶을, 믿었다기보다는 처음부터 알았던 것 같다. 새벽이슬에서 저녁놀까지, 그는 그의 생이 소풍임도 처음부터 알았던 것 같다. 고행하던 그가 아름답다고 느낀 순간마다 세상은 문득 아름다워졌을 것이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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