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정끝별(1964~ )
불 들어갑니다!
하룻밤이든 하루 낮이든
참나무 불더미에 피어나는 아지랑인 듯
잦아드는 잉걸불 사이
기다랗고 말간 정강이뼈 하나
저 환한 것
저 따뜻한 것
지는 벚꽃 아래
목침 삼아 베고 누워
한뎃잠이나 한숨 청해볼까
털끝만한 그늘 한 점 없이
오직 예쁠 뿐!
불 들어간다고 알린들 식은 몸이 대답할 리가 있나. 침묵은 말이 아닌데. 하지만 다비(茶毘) 끝에 나타난 말 없는 정강이뼈에서 시인은 뭔가를 듣는다. 환하고 따뜻한 침묵은, 생사가 본래 없고 육신의 주인이라는 것도 없다고 말한 걸까. 나 여기 있으니 슬퍼하지 말라고 한 걸까. 고즈넉한 한뎃잠을 지나 죽음은 문득 예뻐졌다. 무얼 더 들은 걸까. 침묵의 깊은 말이 궁금하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봄
-정끝별(1964~ )

시아침 11/26
하룻밤이든 하루 낮이든
참나무 불더미에 피어나는 아지랑인 듯
잦아드는 잉걸불 사이
기다랗고 말간 정강이뼈 하나
저 환한 것
저 따뜻한 것
지는 벚꽃 아래
목침 삼아 베고 누워
한뎃잠이나 한숨 청해볼까
털끝만한 그늘 한 점 없이
오직 예쁠 뿐!
불 들어간다고 알린들 식은 몸이 대답할 리가 있나. 침묵은 말이 아닌데. 하지만 다비(茶毘) 끝에 나타난 말 없는 정강이뼈에서 시인은 뭔가를 듣는다. 환하고 따뜻한 침묵은, 생사가 본래 없고 육신의 주인이라는 것도 없다고 말한 걸까. 나 여기 있으니 슬퍼하지 말라고 한 걸까. 고즈넉한 한뎃잠을 지나 죽음은 문득 예뻐졌다. 무얼 더 들은 걸까. 침묵의 깊은 말이 궁금하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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