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박지웅(1969~)
문상객 사이에 사흘이 앉아 있다
누구도 고인과의 관계를 묻지 않는다
누구 피붙이 살붙이 같은 사흘이
있는 듯 없는 듯 떨어져 있다
눈코입귀가 눌린 사람들이
거울에 납작하게 붙어 편육을 먹는다
사흘이 빈소 돌며 잔을 채운다
국과 밥을 받아놓고 먹는 듯 마는 듯
상주가 사흘을 붙잡고 흐느낀다
사흘은 가만히 사흘 밤낮을 안아준다
죽은 뒤에 생기는 사흘이라는 품
사흘 뒤 종이신 신고
불속으로 걸어가는 사흘이 있다
이 ‘사흘’을 무어라 부를까. 문상객들 틈에 앉아 술을 따르고 상주를 안아주는 이, 이상한 사흘을…. 사흘은 임종에서 화장까지의 시간을 육화한, 혼령의 은유다. 그것은 ‘피붙이 살붙이’가 못 되고, 겨우 그 비슷한 것이 되어 있다. 고인은 자신이 넋인 줄도 모르고 마지막 이승 잔치에서 홀로 바쁘다. 장례의 시간에 남은 이도 떠나는 이도 회한과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몸 없는 사람이 슬픈 몸들을 아깝게 어루만지는 걸 시인의 눈이 안타깝게 바라본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사흘
-박지웅(1969~)

누구도 고인과의 관계를 묻지 않는다
누구 피붙이 살붙이 같은 사흘이
있는 듯 없는 듯 떨어져 있다
눈코입귀가 눌린 사람들이
거울에 납작하게 붙어 편육을 먹는다
사흘이 빈소 돌며 잔을 채운다
국과 밥을 받아놓고 먹는 듯 마는 듯
상주가 사흘을 붙잡고 흐느낀다
사흘은 가만히 사흘 밤낮을 안아준다
죽은 뒤에 생기는 사흘이라는 품
사흘 뒤 종이신 신고
불속으로 걸어가는 사흘이 있다
이 ‘사흘’을 무어라 부를까. 문상객들 틈에 앉아 술을 따르고 상주를 안아주는 이, 이상한 사흘을…. 사흘은 임종에서 화장까지의 시간을 육화한, 혼령의 은유다. 그것은 ‘피붙이 살붙이’가 못 되고, 겨우 그 비슷한 것이 되어 있다. 고인은 자신이 넋인 줄도 모르고 마지막 이승 잔치에서 홀로 바쁘다. 장례의 시간에 남은 이도 떠나는 이도 회한과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몸 없는 사람이 슬픈 몸들을 아깝게 어루만지는 걸 시인의 눈이 안타깝게 바라본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사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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