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닦는 나무
-공광규(1960~)
은행나무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 되나
비와 바람과 햇빛을 쥐고
열심히 별을 닦던 나무
가을이 되면 별가루가 묻어 순금빛 나무
나도 별 닦는 나무가 되고 싶은데
당신이라는 별을
열심히 닦다가 당신에게 순금 물이 들어
아름답게 지고 싶은데
이런 나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불러주면 안되나
당신이라는 별에
아름답게 지고 싶은 나를
모든 사랑은 이렇듯 순정하고 맹목적이다. 오로지 당신이라는 대상을 향해 감각이 열려 있고, 당신과의 동일성을 꿈꾸며 앞으로 나아간다. 사랑하면서 최초에 마음먹은 일을 끝까지 유지하고 그 사랑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려는 자세는 어찌 보면 어리석은 일일 수도 있다. 원래 꿈꾸던 일이 완전한 결과물을 갖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시에 마음이 움직이고 어떤 사람을 떠올린다면 당신은 사랑하고 있다는 거다. 그러니 사랑하라, 아름답게 질 때까지.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별 닦는 나무
-공광규(1960~)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 되나
비와 바람과 햇빛을 쥐고
열심히 별을 닦던 나무
가을이 되면 별가루가 묻어 순금빛 나무
나도 별 닦는 나무가 되고 싶은데
당신이라는 별을
열심히 닦다가 당신에게 순금 물이 들어
아름답게 지고 싶은데
이런 나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불러주면 안되나
당신이라는 별에
아름답게 지고 싶은 나를
모든 사랑은 이렇듯 순정하고 맹목적이다. 오로지 당신이라는 대상을 향해 감각이 열려 있고, 당신과의 동일성을 꿈꾸며 앞으로 나아간다. 사랑하면서 최초에 마음먹은 일을 끝까지 유지하고 그 사랑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려는 자세는 어찌 보면 어리석은 일일 수도 있다. 원래 꿈꾸던 일이 완전한 결과물을 갖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시에 마음이 움직이고 어떤 사람을 떠올린다면 당신은 사랑하고 있다는 거다. 그러니 사랑하라, 아름답게 질 때까지.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별 닦는 나무
'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이 사라진다-천양희(1942~ ) (0) | 2019.03.31 |
---|---|
그루터기-박승민(1964~) (0) | 2019.03.31 |
배롱나무의 안쪽 -안현미(1972~) (0) | 2019.03.31 |
풍찬노숙(風餐露宿)-장철문(1966~ ) (0) | 2019.03.31 |
사흘-박지웅(1969~) (0) | 2019.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