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지
최태랑
문살에 그리움 한 잎 피었다
입동이 가까우면
낡은 창호지를 뜯어내던 외할머니
세상 때를 벗겨내고
단풍잎으로 새 무늬를 넣었다
혼자 놀기를 좋아하여
그늘만 찾던 어린 굴뚝새는
안팎을 가르는 한 장 얇은 창지에
떠나는 어미를 지켜보던
어린 까치발을 묻었다
눈물을 받아먹던
빈 창은 언제나 공복이었다
환한 창문에 손 구멍이 났다
그곳으로 눈이 드나들었다
기다림도 나이가 들어
가만히 귀 기울여 보니
문살 틈에 낀 울음
바람 불 때마다 흐느끼고 있었다
『도시로 간 낙타』P.94-95
|최태랑
목포 출생. 『시와 정신』으로 등단. 시집『물은 소리로 길을 낸다』, 『도시로 간 낙타』. 산문집『내게 묻는 안부』출간
-다음 친구 블로그<별똥별이야기>에서 퍼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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