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핑 시들...^~

쌀 - 정현종(1939~)

~Wonderful World 2021. 1. 20. 03:09

쌀 - 정현종(1939~)

      -1985년 가을

 

다 된 벼가

아닌 가을장마에 물에 잠기니 속상해서 하는 소린데

아직 익지도 않은 벼를 두고

(못자리를 두고 '풍년'을 선전하지 않는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는지 모르겠으나)

쌀농사란

논에 서 있는 벼커녕은

타작할 때도 풍년 소리를 해서는 안되며

창고에 넣은 뒤에도 아직 안 되며

쌀독에 부은 뒤에도 안 되고 오직

밥이 되어 입속에 들어간 뒤라야

할 수 있는 얘기일세

 

이게 어디 쌀에서 끝나는 얘가라요

정치 경제 문화 교육이 모두

모두 입속에 들어간 밥커녕은

'풍년'이라는 년의

뒷박으로 칠한 분 같아서야!

 

시집-'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