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분수’ 중-김춘수(1922~2004)

~Wonderful World 2009. 4. 7. 14:47

▣ 분  수 ▣

            김춘수(1922~2004)

 

1

발돋움하는 발돋움하는 너의 자세는 왜

이렇게

두 쪽으로 갈라져서 떨어져야 하는가.

 

그리움으로 하여

왜 너는 이렇게

산산이 부서져서 흩어져야 하는가.

 

 

2

모든 것을 바치고도

왜 나중에는

이 찢어지는 아픔만을

가져야 하는가.

 

네가 네 스스로에 보내는

이별의

이 안타까운 눈짓만을 가져야 하는가.

 

 

3

왜 너는

다른 것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떨어져서 부서진 무수한 네가

왜 이런 선연(鮮然)한 무지개로

다시 솟아야만 하는가.

 


 


봄 사월 들어 크고 작은 분수들 물 뿜기 시작한다. 꽃에 뒤질세라 물꽃 피워 올리며 물꽃 이파리 햇살에 휘날린다. 그리움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는데. 왜 사랑으로 발돋움하는 자세는 이렇게 갈라져 떨어져야만 하는지. 이별의 안타까운 눈짓만 보내야 하는지. 그러다 다시 이렇게 눈앞에서 선연한 무지개로 솟구쳐 오르는지. 네게로 가서 잊히지 않는 꽃이 되고픈, 그 그리움의 ‘의미’가 포말로 흩어져 무지개로 떠오르는 시인의 언어.<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