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1922~2004)
1
발돋움하는 발돋움하는 너의 자세는 왜
이렇게
두 쪽으로 갈라져서 떨어져야 하는가.
그리움으로 하여
왜 너는 이렇게
산산이 부서져서 흩어져야 하는가.
2
모든 것을 바치고도
왜 나중에는
이 찢어지는 아픔만을
가져야 하는가.
네가 네 스스로에 보내는
이별의
이 안타까운 눈짓만을 가져야 하는가.
3
왜 너는
다른 것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떨어져서 부서진 무수한 네가
왜 이런 선연(鮮然)한 무지개로
다시 솟아야만 하는가.
봄 사월 들어 크고 작은 분수들 물 뿜기 시작한다. 꽃에 뒤질세라 물꽃 피워 올리며 물꽃 이파리 햇살에 휘날린다. 그리움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는데. 왜 사랑으로 발돋움하는 자세는 이렇게 갈라져 떨어져야만 하는지. 이별의 안타까운 눈짓만 보내야 하는지. 그러다 다시 이렇게 눈앞에서 선연한 무지개로 솟구쳐 오르는지. 네게로 가서 잊히지 않는 꽃이 되고픈, 그 그리움의 ‘의미’가 포말로 흩어져 무지개로 떠오르는 시인의 언어.<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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