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김영랑(1903~50)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이랑 만이랑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도 엽태 혼자 날아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있는
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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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이 시인의 시편에서 자주 등장하는 계절. 사물을 시각화하고 있는 현란하고 싱싱한 심상들이 경쾌한 리듬과 어울려 절창을 빚어내고 있다. 구불거리며 벋은 길은 골목으로 이어져선 집집마다 울긋불긋 꽃을 피우지만, 들길로 내달아선 초록에 물든 생기 넘치는 들판을 펼쳐놓는다. 음양을 교태로 가득 채워 생식과 번창을 배가시키는 이 싱그러운 봄이 우리를 유혹해 낸다. 시각적인 율동을 시의 리듬에 실어 자연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조화를 부여하는 영랑의 솜씨를 보라. <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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