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힘’ - 강경화(1951~2009)
우리들이 살아 있는 것은
저 마을 저녁 불빛이
아직 따뜻한 굴뚝 연기 사이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살아 있는 것은
아직은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살아 있는 것은
갈 데 없는 고라니 토끼 고양이들이
우리 집 뒤뜰에 내놓은 궂은 저녁을
아직은 먹으러 오기 때문이다.
(중략)
우리들이 살아 가는 것은
아아, 그대여
그대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모두의 이름으로 그대가
어디에나 살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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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시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위의 시는 그 남편이 낸 아내의 유고 시집 속의 한 편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투병하며 그러면서도 시를 놓지 않았다. 또 그것을 알아본 남편의 아내 사랑, 역시 놓아지지 않았다. 놓지 않은, 놓아지지 않은 사랑의 시. 지상의 우리들은 오늘 모두 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지? 이 시대의 사랑들이여,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지키는, 발이 부르튼 사랑들이여. <강은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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