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 첫 다리를 스치며’ (부분) - 신대철(1945 ~ )
(전략) 물 거슬러 거슬러 오르다
신무수 마른내 그 어디쯤에서
그대와 합수하여
한 줄기로 흐를 수 있다면
아무 풀뿌리에 스며들어
벼랑에 보랏빛 꽃봉오리 하나
슬며시 밀어 올릴 수 있다면
꽃잎 흩날린 뒤에도
나는 그대에게서 오고
그대는 내게서 오리. (하략)
두만강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젖어 흐른다. 시인의 눈이 젖어 흐르는 것은 그대와의 합수(合水)를 꿈꾸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의 표면에선 그대에의 그리움일 것이나 시의 보다 깊은 곳에선 통일에의 원망(願望)으로 흐른다. 그러니까 이 시에서 ‘그대’는 묘하게 우리의 북한땅과 사랑의 ‘당신’을 한데 섞는다. 시의 이중성, 겹 이미지. 그것의 힘을 이렇게 드러내는 시가 있을까. 드러내지 않고 말하기, 그래서 시는 사랑의 말이다. 드러내지 않고 말할 때 사랑의 외연은 한없이 넓어진다. 오늘 아침 당신의 사랑이 집을 떠나는 것을 보라. 흐르면서 당신의 사랑은 흘끔흘끔 등 뒤를 바라보고 있다. 뒷모습이 한없이 커진다. <강은교·시인>
‘두만강 첫 다리를 스치며’.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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