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엔 길이 없어' - 박태일(1954~ )
그리움엔 길이 없어
온 하루 재갈매기 하늘 너비를 재는 날
그대 돌아오라 자란자란
물소리 감고
홀로 주저앉은 둑길 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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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도르르 보이는 시이다. ‘그리움엔 길이 없어’라는 성찰이 ‘자란자란 물소리 감고’라는 소리길 속에 전이되어 흐른다. 한국어, 그것이 이렇게 아름다운가, 하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게 하는 시, 그의 다른 시 어딘가에는 ‘달빛 자락자락 삼줄 가르는 밤/당각시 겨드랑이 아득한 벼랑’(‘당각시’ 부분)이라는 표현도 보인다. 언젠가 몽골에서 그를 만났었다. 몽골의 밤하늘 가득한 별들을 바라보면서 그는 과연 어떤 소리들을 보았을까. 유성 떨어지는 소리? 바람, 삼줄을 가르는 소리? 소리가 보이는 시, 그립다. 세상 변하여 소리길이 시에서 사라지고 있기에 그의 시 더 귀하다. 시인은 보이지 않으나 그 객관화된 사진틀 속에서 출렁거리는 시인의 심장 소리길은 보이는 시, 그런 시 하나 오늘 당신의 가방에 넣기를. <강은교·시인>
'그리움엔 길이 없어' - 박태일(1954~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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