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게’ - 백인덕 (1964 ~ )
약국을 지나고 세탁소를 지나고 주인이 졸고 있는 슈퍼를 지나
비디오 가게를 지나고 머리방을 지나고 문구점을 지나서
아이들이 버린 놀이터를 지나 네거리 신호등 앞
사랑아, 네게로 가는 길은 규칙이 없다.
놀이터를 지나고 문구점을 지나고 푸른 등 머리방을 지나고
비디오 가게를 지나 주인이 졸고 있는 슈퍼를 지나고
세탁소를 지나고 약국을 지나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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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주제는 영원한 주제이다. 그리고 또 깊은 상처의 일상성을 지닌다. 상처의 저축이다. 시는 그 상처의 끝에서 보다 깊은 삶의 벼랑을 만나게 할 것이다. 그래서 보편성이 될 것이다. ‘지금 여기’다. 약국과 비디오가게와 세탁소와 머리방과, 금지와 허가의 신호등이 있는. 사랑이 있는 곳은, 당신이 성취해야 할 사랑은 빛 바랜 곳도, 것도 되어서는 안 된다. 시간에 먹히는 추억이 되어서도 안 된다. 상처의 저축-. 그것이 사랑의 시를 준다. 일상의 꽃으로 사랑을 변형시킨다. 사랑이란 주제는 ‘변형’이란 시의 주제로 그 몸을 바꾼다. 오늘 당신의 양말 속엔 사랑이 숨쉬고 있는가. 문을 닫는 순간 지하철을 타는 순간 변형되는 상처의 저축이. 적금 탈 날은 아직도 먼가. <강은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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