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독성 이 아귀다툼' -최영철(1956~)
우울한 실직의 나날 보양하려고
부전 시장 활어 코너에서 산 민물 장어
건져놓고 주인과 천 원 때문에 실랑이하는 동안
녀석은 몇 번이나 몸을 날려 바닥을 포복했다
집이 가까워올수록 제 마지막을 알았는지
비닐 봉지 뚫고 새처럼 파닥였다
물 없는 바닥을 휘저으며
날자 날아오르자고
참기름 들끓는 냄비에서
꼿꼿이 고개 들고 나를 본다
한 번도 세상에 대가리 쳐든 적 없는 나를
(중략)
다 부서지면 나는 날아오를 것이야.
가끔 날아오르고 싶지 않은가? 우리에게 아주 친근한, 검은 비닐봉지에 생선 한 마리 사 가지고 돌아오는 어떤 사내의 풍경이 그려져 있는 이 시. 그러나 이 시를 읽으면서 이상의 소설 ‘날개’가 생각나는 것은 어쩐 일일까. 아직도 그 날개의 꿈은 사라지지 않았으니. 오늘의 하늘 아래서도 가끔 이런 꿈을 꿔 보자. 날개가 돋는 꿈을, 이 시에 등장하는 민물장어처럼. 비록 지금 검은 ‘비닐봉지’에 싸여 있을지라도. <강은교·시인>
겸손한 시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세상에 대가리 쳐든 적 없는 나를"에서...
"다 부서지면 나는 날아오를 것이다." 세상에 부서지는 시인의 마음... 그 순수함이 부러울 따름이다. 난 가끔 세상에 고개를 뻡뻗이 쳐드는데 그 대상이 가끔 엉뚱한 곳이다. 오늘 나보다 열살 어린 친구가 내가 잊고 있던 살이의 처세를 알려줬다. "마음을 비우라고..." 난 너무 욕심이 많다. 그래서 버거워하는거다...-헐랭이
‘이 독성 이 아귀다툼’ -최영철(1956~).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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