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천수대비가'-희명(?~?)
무릎을 곧추며
두 손 모아
천수관음 전에
빌며 기구합니다
천개 손에 천개 눈을
하나를 놓아 하나를 덜어,
둘 다 없는 내라
하나나마 그으기 고쳐주소서.
아으, 내게 베풀어 주시면
두루두루 쓰올 자비여 얼마나 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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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대비 관음전 앞에 서 있던 희명은 어떤 여인이었을까. 아마 그 시절 그러니까 경덕왕 시절 분황사에 무엇인가를 빌러 오던 민중들 중 한 여인이었으리라. 그녀는 아들의 눈을 뜨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무수한 사람들이 오늘도 무엇인가를 빌고 있다. 로켓이 달로 갈수록 기도의 중얼거림은 더욱 지구를 채운다. 기도라는 이름의 위성을 우주를 향해 쏘아올린다. 그 쏘아올림엔 기술이 필요 없다. 실패도 있을 수 없다. 그 기도가 필연이면 된다. 그 필연의 위성을 쏘아올리라. 21세기의 우주를 향해. 그리하여 모두 대한민국 시절의 ‘희명’들이 되어라. 기도문들을 남겨라, 오늘의 시로써. <강은교·시인>
도천수대비가 -희명.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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