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는 한강 가에서 - 서정주(1915~2000)
강물이 풀리다니
강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서름 무슨 기쁨 때문에
강물은 또 풀리는가
기럭이같이
서리 묻은 섣달의 기럭이같이
하늘의 어름짱 가슴으로 깨치며
내 한평생을 울고 가려 했더니
무어라 강물은 다시 풀리어
이 햇빛 이물결을 내게 주는가
저 밈둘레나 쑥니풀 같은 것들
또 한번 고개숙여 보라함인가
황토 언덕
꽃 상여
떼 과부의 무리들
여기 서서 또 한번 더 바래보라 함인가
강물이 풀리다니
강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서름 무슨 기쁨 때문에
강물은 또 풀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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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노, 이 슬픔, 주먹질하며 하늘 끝까지 가져가려 했지요. 그런데 저절로 느슨해지는 때가 있네요. 황토 언덕에 떼 과부의 무리들, 그런 시절도 지나왔잖아요. 꽝꽝 언 한강물 이 앙다물고 있다가도 풀린다니까요. 그러니까 조수미도 박정현도 노래하잖아요 슬퍼서 산다고요. 슬프니까 사는 거라구요 그러니 제발 아파트에서 뛰어내리지 마세요. <최정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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