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벌레-박성우(1971~)
소금을 파먹고 사는 벌레가 있다
머리에 흰 털 수북한 벌레 한 마리가
염전 위를 기어간다 몸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연신 소금물을 일렁인다
소금이 모자랄 때
제 눈물을 말려 먹는다는 소금벌레,
소금물에 고분고분 숨을 죽인 채
짧은 다리 분주하게 움직여
흩어진 소금을 쉬지 않고 끌어모은다
땀샘 밖으로 솟아오른 땀방울이
하얀 소금 꽃 터뜨리며 마른다
소금밭이 아니 길을 걸은 적 없다 일생동안
소금만 갉아먹다 생을 마감한 소금벌레
땡볕에 몸이 녹아내리는 줄도 모르고
흥얼흥얼, 고무래로 소금을 긁어모으는
비금도 태산 염전의 늙은 소금벌레 여자
짠물에 절여진 세월이 쪼글쪼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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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염전이다. 소금은 바다를 불태운다. 제 속에 바다를 가두고 활활거린다. 염전
바닥을 딛고 일어선 알맹이들은 모두 하얀 불꽃이다. 온 생을 소신공양한 뒤에 남는
사리알. 쪼글쪼글한 주름 위로 짜디짠 별들이 쓸린다. <손택수·시인>
소금벌레-박성우(1971~).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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