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경이로움

~Wonderful World 2012. 2. 6. 10:19

경이로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 / 최성은 번역

 

 


무엇 때문에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이 한 사람인 걸까요?

나머지 다른 이들 다 제쳐두고 오직 이 사람인 이유는 무엇 일까요?

나 여기서 무얼하고 있나요?

수많은 날들 가운데 하필이면 화요일에?

새들의 둥지가 아닌 사람의 집에서?

비늘이 아닌 피부로 숨을 쉬면서?

잎사귀가 아니라 얼굴의 거죽을 덮어쓰고서?

어째서 내 생은 단 한번뿐인 걸까요?

무슨 이유로 바로 여기, 지구에 착륙한 걸까요? 이 작은 혹성에?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나 여기에 없었던 걸까요?

모든 시간을 가로질러 왜 하필 지금일까요?

모든 수평선을 뛰어넘어 어째서 여기까지 왔을까요?

무엇 때문에 천인(天人)도 아니고, 강장 동물도 아니고, 해조류도 아닌 걸까요?

무슨 사연으로 단단한 뼈와 뜨거운 피를 가졌을까요?

나 자신을 나로 채운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왜 하필 어제도 아니고, 백 년 전도 아닌 바로 지금

왜 하필 옆 자리도 아니고, 지구 반대편도 아닌 바로 이곳에 앉아서

어두운 구석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독백을 읊조리고 있는 걸까요?

마치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으르렁대는 성난 강아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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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질문들을 남기고 그녀가 지난 2월 2일 타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노벨상 수상자라서가 아니라 그녀의 위대한 시 때문에 우리의 사랑을 전했어야 하는데 이제 그 기회를 잃었다. <최정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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