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 기타하라 하쿠슈(1885~1942), 윤석중 옮김
똑
똑
똑
문 좀 열어주세요
누군가요?
나뭇잎이에요
딸깍딸깍
똑
똑
똑
문 좀 열어주세요
누구예요?
바람이에요
딸깍딸깍
똑
똑
똑
문 좀 열어주세요
누구세요?
달그림자예요
딸깍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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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문을 열어준 것이 언제인가? 외롭다면, 괜히 그냥 문을 한번 열어보자. 아무도 없으면 또 어떤가? 나뭇잎이, 바람이, 달그림자가 똑, 똑, 똑, 두드리지 않으면 또 어떤가? 자기 자신에게 문을 열어주자. 그것이 멋쩍다면, 진정 문을 열어줄 누군가가 없다면 바로 그 없음으로 세상이 가득 찼을 것이다. 그 가득 찬 없음에게 문을 열어주자. 가만히 들어보자. 오늘 밤은 문까지는 열어주지 못하겠더라도, 똑, 똑, 똑 노크 소리에만이라도 마음을 열어주자. 언제나, 다른 누군가가 아닌 당신 자신에게 문전박대를 당해온 자신에게 조금만 자리를 내주자. 허공이 오동잎에게 툭, 자리를 내어주듯이. 꼭 이 쉼표만큼만, 딸깍딸깍.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달밤-기타하라_하쿠슈(1885~1945)[1].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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