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꽃'-정호승(1950~ )
소년은 바위에 꽃씨 뿌리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간간이 달빛이 비치는 동안
소년은 자라 아버지가 되어
아들의 손을 잡고 산길을 가다
꽃씨는 가만가만 바위 속으로
한없이 한없이 뿌리를 내리다가
달빛이 비오듯 쏟아지는 보름밤에
소년의 아들이 보고 싶어
그만 꽃을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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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같은, 금강산 같은 데 가면 피어난 듯 환하고 장대한 우리나라 바위들 만난다. 그들이야말로 요순의 정부(政府) 같다. 언제부터인지 언제까지인지 아득하기 이를 데 없는 평화가 그러나 생생하게 나앉아 있다.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아들에게서 손자에게로 피어나가는 유유한 그 평화. '반석 위의 집'이라 함이 그 평화가 아니었을까. 언젠가 아들에게 한 말, '이 바위 속에 큰 기와집 있는 거 알지?' 알까? 알게 될 것이다.
<장석남.시인> 2006.11.22 21:04 입력 / 2006.11.22 21: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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