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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작이후 테오에게-생 레미 요양원에서-박진성

~Wonderful World 2012. 10. 4. 03:10

발작이후 테오에게-생 레미 요양원에서-박진성

 

오후에 발작, 지금은 비가 내리고 있다

간호사들은 대체로 친절하지만

캔버스를 자꾸만 치운다. 팔레트와 물감도

훔쳐간다. 도대체 그림 그리는 일 말고 내게 무엇을 바라는 건지

튜브를 먹으면서 빨간색 물감만

집요하게 빨았다. 입술에 묻은 물감은

피처럼 내장으로 번지고

내 영혼이 측백나무처럼 통째로

하늘로 올라갈 것만 같았다.

저 나무 뿌리라든가

보이지 않는 물관을 쨍쨍하게 부풀려주는일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다.

떠오르고 싶은 자 떠오르게 하라.

죽음으로도 별에 닿을 수 없다면

내 영혼에 구멍을 내어주마

구멍 틈새로 별빛이 빛날 테고 너는 놀라서

이곳으로 달려오겠지만,

침대 밑에서 자고 싶은 자 침대 밑에서 자게하라 어느날 내가 이곳에서 벌떼처럼

침대 밑을 기어다니더라도 그것은 테오야,

낮은 곳을 그리기 위해 내 영혼을 대어보는거란다.

(중략)

캔버스 안에서 낯선 사내가 나를 보고 있다.

측백나무 숲이란다 테오야......

 

발작이후 테오에게.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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