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들, 시인들

가을날-정현종(1939~)

~Wonderful World 2012. 10. 2. 08:51

가을날-정현종(1939~)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가을 저 맑은 날과

숨을 섞어

가없이 투명하여

퍼지고 퍼져

천리 만리 퍼져나가는

이 쓸쓸함은 무엇인가.

 

감자나 캐라

벼나 베라 하는 소리

들리지 않는 바 아니나

용서하라 이 가없는 허혼,

감자를 캐도 근절은 안 되고

배불리 삶아 먹어도 천만에

채워지지 않을

이 쌩-한

머나먼 적막을.

 

시집 '세상의 나무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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