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에 대한 단상

밥과 쓰레기 - 이대흠(1968 ~)

~Wonderful World 2012. 11. 13. 01:15

밥과 쓰레기 - 이대흠(1968 ~)


날 지난 우유를 보며 머뭇거리는 어머니에게

버려부씨요! 나는 말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이의 과자를 모으면서

멤생이 갖다줘사 쓰겄다

갈치 살 좀 봐라, 갱아지 있으먼 잘 묵겄다

우유는 디아지 줬으먼 쓰것다마는

신 짐치들은 모태갖고 뙤작뙤작 지져사 쓰겄다

어머니의 말 사이사이 내가 했던 말은

버려부씨요!

단 한마디

아이가 남긴 밥과 식은 밥 한덩이를

미역국에 말아 후루룩 드시는 어머니

무다라 버려야,

이녁 식구가 묵던 것인디

아따 버려불제는,

하다가 문득......

그래서 나는

어미가 되지 못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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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생이’는 염소요, ‘디아지’는 돼지요, ‘모태갖고’는 모아갖고요, ‘무다라’는 무엇 하러인데 ‘왜’의 느낌으로 쓰였을 것이다. 나는 이와 비슷하게 말하는 사람의 배 속에서 나와서, 이와 비슷하게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 말을 배우고 몸과 마음을 길렀다. 무엇이든 대량으로 포획하거나 경작하고, 가공하고, 유통시키면서 도무지 귀한 것이 없어졌다. 혹은 사라지고, 혹은 바닥이 드러났다. 이제는 망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의식만이 망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희망마저 사라져 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어미가 되지 못하는 것”. 우리가 숭배해온 편리와 탐욕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우리의 몸과 말과 마음을 종량제봉투에 쑤셔넣어 ‘버려분’ 것일까? 우리는 결국 증폭된 우리의 욕망을 조율하는 데 실패하고 말 것인가? (장철문·시인·순천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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