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쓰레기 - 이대흠(1968 ~)
날 지난 우유를 보며 머뭇거리는 어머니에게
버려부씨요! 나는 말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이의 과자를 모으면서
멤생이 갖다줘사 쓰겄다
갈치 살 좀 봐라, 갱아지 있으먼 잘 묵겄다
우유는 디아지 줬으먼 쓰것다마는
신 짐치들은 모태갖고 뙤작뙤작 지져사 쓰겄다
어머니의 말 사이사이 내가 했던 말은
버려부씨요!
단 한마디
아이가 남긴 밥과 식은 밥 한덩이를
미역국에 말아 후루룩 드시는 어머니
무다라 버려야,
이녁 식구가 묵던 것인디
아따 버려불제는,
하다가 문득......
그래서 나는
어미가 되지 못하는 것
-------------------------------------------------------------------------------------------
‘멤생이’는 염소요, ‘디아지’는 돼지요, ‘모태갖고’는 모아갖고요, ‘무다라’는 무엇 하러인데 ‘왜’의 느낌으로 쓰였을 것이다. 나는 이와 비슷하게 말하는 사람의 배 속에서 나와서, 이와 비슷하게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 말을 배우고 몸과 마음을 길렀다. 무엇이든 대량으로 포획하거나 경작하고, 가공하고, 유통시키면서 도무지 귀한 것이 없어졌다. 혹은 사라지고, 혹은 바닥이 드러났다. 이제는 망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의식만이 망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희망마저 사라져 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어미가 되지 못하는 것”. 우리가 숭배해온 편리와 탐욕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우리의 몸과 말과 마음을 종량제봉투에 쑤셔넣어 ‘버려분’ 것일까? 우리는 결국 증폭된 우리의 욕망을 조율하는 데 실패하고 말 것인가? (장철문·시인·순천대교수)
''밥'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네에 있는 한의원에... (0) | 2013.04.03 |
---|---|
속이 쓰려서 밥을... (0) | 2013.04.01 |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김민정(1976~ ) (0) | 2012.11.16 |
집장구 - 손택수(1970~ ) (0) | 2012.11.13 |
1. 한껀번에 두끼 먹기... (0) | 2010.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