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김민정(1976~ )
천안역이었다
연착된 막차를 홀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톡톡 이 죽이는 소리가 들렸다
플랫폼 위에서 한 노숙자가 발톱을 깎고 있었다
해진 군용 점퍼 그 아래로는 팬티 바람이었다.
가랑이 새로 굽슬 삐져나온 털이 더럽게도 까맸다
아가씨, 나 삼백 원만 너무 추워서 그래
육백 원짜리 네스카페를 뽑아 그 앞에 놓았다
이거 말고 자판기 커피 말이야 거 달달한 거
삼백 원짜리 밀크 커피를 뽑아 그 앞에 놓았다
서울행 열차가 10분 더 연착될 예정이라는 문구가
전광판 속에서 빠르게 흘러갔다 천안두리인력파출소
안내시스템 여성부 대표전화 041-566-1989
순간 다급하게 펜을 찾는 손이 있어
코트 주머니를 뒤적거리는데
게서 따뜻한 커피 캔이 만져졌다
기다리지 않아도 봄이 온다던 그 시였던가
여성부를 이성부로 읽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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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시인은 싸가지가 없다. 싸가지가 없어서 밥맛이 아니고, 싸가지가 없어서 맛이다. 시도 시인도 그렇다. 시집도 안 간 처자가 ‘가랑이 새로 굽슬 삐져나온 털’이라니, 떽! 민쟁아, 그런데 넌 이럴 때 시가 땡기는 모양이다이. 그러게 “순간 다급하게 펜을 찾는 손”이 있었겠지. 기사회생이로구나. 한데 말이야, 너 그거 알지? 프로한테는 매 순간이 처음이거든. 너 프로지? 기다리지 않아도 봄이 오기는 지랄! 아닌 척 낮밤으로 기다렸겠지. 안 기다리는 년이 호주머니에 펜을 넣고 다니냐, 이 화끈한 내숭아! 아마 그때는 남자는 못 가고 여자만 가는 ‘시집’도 ‘시집(詩集)’으로 들렸겠지. 이제 발칙한 척 그만하지? 선수끼리 왜 이러셔. 하여간, 김민정 시인은 천안역에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이성부, ‘봄’)이다. (장철문·시인·순천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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