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바다가 한데 모여 - 마더구스, 윤석중 옮김

~Wonderful World 2012. 11. 26. 14:41

바다가 한데 모여 - 마더구스, 윤석중 옮김


바다가 한데 모여

한 바다가 된다면,

어마어마하게

큰 바다가 되겠지.

나무가 한데 모여

한 나무가 된다면,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가 되겠지.

도끼가 한데 모여

한 도끼가 된다면,

어마어마하게

큰 도끼가 되겠지.

사람이 한데 모여

한 사람이 된다면,

어마어마하게

큰 사람이 되겠지.

큰 사람이 큰 도끼로 큰 나무를 베어서

큰 바다로 쓰러뜨린다면,

바다가 한데 모여

어마어마하게

큰 물결이 출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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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구스(Mothergoose)는 글자 그대로라면 ‘엄마 거위’다. 구체적 실존인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유럽 쪽에서 전래동요를 짓고, 유포하고, 슬며시 개작하고, 채록하고, 새로 써서 문자매체로 정착시킨 작가 일반을 허구적으로 형상화한 인물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간편하다. 매부리코에 주걱턱, 거위를 타고 다니는 할머니라고 해도 좋다. 오늘은 ‘어마어마하게’ 긴 시를 소개했으니, 사족(蛇足)을 한 줄에 줄인다. 어마어마하게 ‘큰 도끼’와 어마어마하게 ‘큰 물결’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장철문·시인·순천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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