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 - 김달진(1907~59)
숲 속의 샘물을 들여다본다
물 속에 하늘이 있고 흰 구름이
떠 가고 바람이 지나가고
조그만 샘물은 바다같이 넓어진다
나는 조그만 샘물을 들여다보며
동그란 지구의 섬 우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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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구도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나는 김달진 시인을 투명한 정신의 구도자라고 바꾸어 부르고 싶다. 인적 없는 숲 속에 작은 샘물이 하나 있다. 그 샘물에는 하늘이 있고 구름이 떠가고 바람이 지나가는 작은 세계를 담고 있다. 여기까지는 시인이라면 아니 눈 밝은 독자라면 누구나 다가설 수 있는 경지다. 시인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조그만 샘물은 바다와 같이 넓어져 자신을 품고 있던 숲을 나아가 지구를 섬으로 만들어버리는 시적 확장을 이룩한다. 마침내 작은 샘을 우주로, 그리고 지구를 섬으로 역전시키는 이 간결하고 맑은 정신주의가 빚어내는 신비로운 상상력. 삶이 자연이고 지구이고 우주라는 맑은 정신주의.
지난해였던가 최동호 선생이 극서정시를 처음 말할 때 고개를 갸웃했었다. 아둔한 내가 이제야 무릎을 친다. 이것이 정신과 서정의 극에 닿은 극서정시가 아닐까 하고.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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