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정현종(1939~ )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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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시인은 일찍이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섬’)라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처럼 외따로이 고립되고 단절돼 있는 현실을 비판하고 그 섬에 가닿음으로써 소통하고 싶은 열망을 표현한 바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다시금 사람의 의미를 말한다.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단순히 사람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담은 한 사람의 일생이 통째로 오는 것이라고. 이것은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끝없는 만남의 연속인 세상살이에 무뎌지고 무감각해진 오늘의 삶 속에서 그 마음은 부서지기 쉽고 또 쉽게 부서지기도 했을 것이다. 시인은 그 마음을 섬세하게 어루만지고 헤아리는 바람의 마음을 흉내 내고 닮을 것을 권하고 있다. 삶 속에서 타자는 나에게, 나는 타자에게 늘 방문객이다. 예부터 방문객을 ‘손님’이라 칭하고 극진히 대접한 오랜 전통은 어마어마한 의미를 가진 나/우리 자신을 향한 것인 동시에 사람의 깊은 인연을 염두에 둔 것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 가운데 나는 혹은 그는 서로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존재일까.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누구도 없고 허튼 인연은 어디에도 없다.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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