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새해 첫 기적 -반칠환(1964~ )

~Wonderful World 2013. 1. 3. 07:13

 

새해 첫 기적 -반칠환(1964~ )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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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막힌 기적이 있을까. 도저히 함께 있을 것 같지 않은, 혹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서로 다르게 생긴 것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하다니. 황새는 날개를 펴고 날아서, 말은 힘차게 뛰어서, 거북이는 엉금 걸어서, 더듬이를 늘어뜨린 달팽이는 느림과 멈춤의 힘으로, 구르는 재주밖에 없는 굼벵이는 몸을 굴려서 그렇게. 단연 압권은 꿈쩍도 않던 바위마저 앉은 채로 그 대열에 합류해 도착해 있다는 것이다.

 

 저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이들이 마지막 날이 아닌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한 이유가 끝장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기 위한 것이어서 더 빛난다. 다름과 차이 혹은 갈등과 불화를 딛고 한자리에 모여 함께 꿈꾸는 흥성거리는 출발. 이 같은 새해 첫날의 기적은 아마도 웃음과 긍정의 힘으로, 그 상상력으로 이루어지리라. 여하튼 이제 출발이다.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새해 첫 기적 -반칠환(1964~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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