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 정용국(1958~ )

오십 년을 엎드려 못난 놈 시봉하며
온갖 고얀 냄새 거친 음식 받아내다
삭정이 앙상한 마디에 뿌리까지 삭았다
(중략)
두는 것이 화근이라며 가차없이 들어내니
검은 뿌리 하늘 보고 은쟁반에 누우셨다
육탈한 저 맑은 정신이 언 뺨을 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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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몸 식민지”라는 말을 했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몸을 강제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해가며 식민지배 하던 제국주의자들처럼 통치한다고요. 이 영토의 백성들인 눈, 코, 입, 귀, 팔, 다리 등은 여기 달리고 저기 붙어서 한평생 거칠고 험한 모든 일들을 다하지요. 노예처럼 주인에게 시봉만 하지요. 그런데 이 식민지의 한 백성이자 노예였던 어금니 하나가 최후를 맞았네요. ‘오십 년을 엎드려’ ‘온갖 냄새 거친 음식 받아내다’ ‘뿌리까지 삭’아 버렸는데도 그대로 ‘두는 것이 화근이라며 가차없이’ 내쳐졌네요. 내 몸이라 내 마음대로 했는데 몸에게 참 미안하네요.
<강현덕·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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