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적(破寂) - 김연동(1948~ )

밤새워
솔숲에서
소쩍소쩍 울음 울어
개오동
잎사귀에
어둠을 지울 때쯤
숨어서
숨어서 피는
진창의 저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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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적막을 깬 건 소쩍새였네요. 그렇지만 그건 소쩍새가 잘못한 게 아니네요. 소쩍새가 울어서 밤이 적막했다는 것을 알았고, 소쩍새가 울어서 ‘개오동 잎사귀에 어둠을 지울’ 수 있게 되었으니 오히려 큰일을 했네요. 옛날 사람들은 소쩍새의 울음을 “솥적다~ 솥적다~”로 듣고 참 좋아했다지요. 올해는 풍년이 들 것이다, 지금 솥이 작으니 큰 솥을 준비하라는 소리로 들었다지요. 이 시에서도 그 소리를 듣고 숨어 숨어 민들레가 피고 있네요. 민들레는 진창에서도 피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꽃, 바로 우리 민초들이지요. <강현덕·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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